팬들이 이처럼 음반을 사들이는 이유, 아이돌과 대화할 수 있는 팬싸인회에 응모하기 위해서다. 구매양에 비례해 당첨 확률이 높아지는 탓에 경매하듯이, 경쟁적으로 앨범을 수백 장씩 사게 되는 구조다.
동일한 수록곡이 담긴 음반을 표지만 다르게 여러 종류로 내거나, 무작위로 포토카드를 넣는 방식도 음반 대량 구매를 부추긴다. 기령 지난달 14일 발매된 아이돌 ‘세븐틴’의 음반은 크게 4종류, 세부 버전까지 합하면 총 19종으로 발매됐다.
상술이라는 걸 알지만 팬들은 불매 등의 방식으로 스스로 제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음반 판매량으로 아이돌을 ‘지원’한다는 의미가 커서다. 기획사가 돈을 많이 벌어야 아이돌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수익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앨범 판매량에 기반해 순위 등이 결정되는 구조도 문제다.
이에 대해 업계와 정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의 사무총장은 “플라스틱 폐기물 사안에서 K팝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며 “환경오염 오해로 음반 시장이 위축된다”고 맞섰다.
환경부도 “폐기물부담금, 재활용분담금 제도 등을 통해 음반 쓰레기를 저감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환경부가 밝힌 지난해 음반 등의 폐기물 부담금은 2억2700만원, 재활용분담금은 1억1000만원 수준이다.
팬들은 정부 규제 등이 필요한 때라고 봤다. 한 엑스 이용자는 “기획사나 팬들은 포기할 수 없으니 음반이 짐이 되지 않는 방향을 찾아야 한다”며 “환경 파괴는 최대한 줄여야 하지 않냐”는 지적했다. 또다른 엑스 이용자도 “무작위와 추첨에 기반한 방식에 규제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영국 공식 차트는 음반 관련 증정품이 두개 이상이고, 음반 개봉 후에 증정품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 차트 집계에서 제외한다. 이에 국내 기획사들은 영국 차트를 겨냥하는 경우 무작위 증정품이 없는 전용 음반을 따로 낸다. 방탄소년단 멤버 정국의 ‘golden’의 유럽전용버전(EU exclusive version)이 대표적이다.